찐 성공의 상징 각그랜저의 탄생 비화, 1세대 그랜저(데보네어)의 역사
성공한 사람들의 자동차, 중산층의 사징 등 정말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차가 있습니다. 바로 현대 그랜저인데요. 1세대부터 조만간 출시될 7세대 모델까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알고 있는 자동차 이름 '그랜저' 오늘은 1세대 역사를 살펴보겠습니다.
1세대 그랜저는 1986년 7월 탄생했습니다. 80년대만 하더라도 현대자동차가 자동차를 자력으로 생산할 수 있는 힘이 없었기 때문에 해외 자동차를 가져와 생산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미국 포드사와 협력한 포니, 그라나다가가 있었고 일본은 미쯔비시와 기술 협력을 했습니다.
그랜저가 출시되기 전까지 대우 로얄 살롱 슈퍼와 현대 그라나다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각그랜저라고 불렸던 1세대 모델은 시작부터 큰 인기를 끌며 국내 대형차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베이스 차량은 미쓰비시 데보네어 2세대 모델이었습니다. 당시 미쓰비시는 유행하던 미국식 세단을 따라 한 1세대 데보네어를 출시했고, 경쟁사였던 도요타 크라운에 비해 저조할 실적을 냈습니다. 2세대 모델 개발에 따른 부담감이 커지자, 기술력이 절실했던 현대차와 손을 잡고 공동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코앞에 두던 현대차는 회사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에 연구 개발을 서둘렀고, 개발 자금이 필요했던 미쓰비시는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1세대 그랜저 생산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디자인은 투박한 직선이 대표적이지만 당시 미국 대형 세단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망을 잘 반영했습니다. 거대한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 길게 뻗은 트렁크 라인, 뒷바퀴를 살짝 덮는 후륜 휀더 라인도 미국차 감성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랜저[Grandeur]라는 이름은 우리말로 웅장함, 장엄함, 위엄 등을 의미합니다. 흔히 우리가 자주 마시는 커피 그란데(Grande), 크다는 뜻의 그랜드(Grand)와 같은 용도로 사용합니다. 크고 웅장하며 격식 있는 사람들이 탄다는 이미지를 갖추며 성공을 상징했습니다.
그랜저는 실내 공간을 넓히기 위해 전륜구동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엔진은 120마력 2.0 시리우스 엔진을 시작으로 130마력 2.4 엔진으로 사이즈를 늘렸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자동차 배기량과 기통 수에 제한 조치가 있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6기통 엔진을 자유롭게 탑재할 수 없었지만 규제가 풀리자 164마력 V6 3.0 사이클론 엔진을 탑재한 그랜저가 출시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3.0리터 모델에 대한 자부심은 엄청났습니다. 3.0리터 그랜저를 타는 젊은 사람들은 범죄의 표적이 될 정도로 부를 상징하는 모델이었고, 단순한 출력뿐만 아니라 편의 장비도 훌륭했습니다.
3.0 모델은 부족하지 않은 첨단 사양들이 대거 들어갔습니다. 전제 제어 방식(MPI) 엔진, ABS, 차고 조절이 가능한 에어 스프링 방식 ECS 탑재됐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실내 온도 센서가 차량 공조기를 스스로 제어하는 풀 오토 에어컨도 포함했습니다.
미션은 5단 수동 변속기를 시작으로 국산차 최초로 락업 클러치가 장착된 4단 자동변속기 옵션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자동변속기는 최신식 기술이었기 때문에 차량에 AUTOMATIC이라는 엠블럼을 자랑스럽게 붙일 수 있었습니다.
1세대 그랜저 가격은 1690만원부터 2890만원까지 다양했습니다. 지금은 그랜저가 3천만원대에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자동차가 됐지만, 당시 서울 은마아파트 분양가가 24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며 1세대 는 진정한 부자가 아니면 탈 수 없는 차였습니다.
지금도 1세대 그랜저는 '각그랜저'로 불리며 인정받는 올드카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80년대생이라면 그때 그 그랜저에 대한 추억을 분명히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4기통 모델과 6기통 모델은 휠 모양이 달랐고, 전면 그릴과 후면 테일램프를 비교하며 전기형과 후기형을 구분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팔렸던 그랜저의 또 다른 이름 데보네어는 한국 성공 사례와는 다르게 저조한 실적을 보였습니다. 혼다 레전드, 토요타 셀시오, 니싼 시마 등 경쟁 차량이 너무나 훌륭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데보네어 스트레치 리무진이 출시된 적이 있었고, 다임러 AG 자회사인 AMG가 데보네어 V 150 AGM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성장 발판이자 기술 개발의 원동력이었던 1세대 그랜저. 아직도 각그랜저에 대한 향수와 장엄했던 성공 이미지가 있어 아직도 후세대 그랜저들이 지금까지도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글 / 올라이드
출처 / H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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