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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의 제네시스 G80 견적 후기

올라이드 2021. 6. 1. 16:25


한가로운 점심시간, 이른 식사를 마치고 잠깐 쉬는 시간 우연히 주차장에서 마주친 제네시스 G80을 보았습니다. '꿀꺽' 침이 넘어갈 정도로 멋진 디자인과 컬러를 가진 G80을 보고 설레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정말 잘 나왔습니다. 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제네시스만 타면 왠지 자신감이 넘칠 것 같습니다.

'이 차는 과연 얼마나 할까?'라는 생각에 제네시스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습니다. 혹시 누가 보기라도 하면 '뭐야 차 사시게? 제네시스 G80?' 라는 질문을 들을것 같기 때문이죠. 물론 제네시스를 탈 깜냥도 자격도 아니지만, 이 좋은 세상에 좋은 차 한번 쯤은 마음 속에 품어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생각보다 제네시스 온라인 견적은 쉬웠습니다. 별다른 로그인도 없었고, 현대차가 아닌 별도의 제네시스 홈페이지가 있었습니다. 어두운 배경에 제네시스 로고가 제법 멋있어 보였습니다. G80을 선택하면 가장 먼저 파워트레인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2.5 터보 가솔린, 2.2 디젤, 가솔린 3.5 터보가 있었는데, 말 많기로 유명한 세타3 가솔린 엔진 가격은 +0원이었습니다. 추가금이 없다는 뜻입니다. 304마력에 43토크면 충분한 힘 아닐까요? 3.5 가솔린은 로또가 되지 않는 이상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고, 디젤은 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기분탓이지만 내가 뽑는 2.5는 문제 없겠지... 라고 생각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다음은 2륜과 4륜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왜 하필 대한민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여름엔 장마, 겨울엔 폭설이 내려 '랜드 오브 꽈뜨로'가 된 건지... 후륜에 AWD는 필수라는 상식은 유치원때부터 배웠기 때문에 '어머 이건 꼭 넣어야 해'라고 생각하며 과감하게 선택을 합니다.

컬러 선택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마음속에 골라 놓은 컬러가 있었기 때문이죠. 흰색은 너무 가볍고, 검정색은 법인 리스같아서 싫었습니다. 선택한 컬러는 '태즈먼 블루' 지하주차장에서 봤던 컬러와 같습니다. 고려청자같은 아름다움이 있어 G80과 가장 잘 어울리는 컬러라는 주관적인 견해가 있습니다. 다해히 제가 선택한 컬러는 추가 비용이 없습니다. 무광은 70만원을 더 추가해야 하니까요.

휠은 자동차의 자존심입니다. 사람도 신발이 좋아야 당당해지는 것처럼 자동차의 외관의 30%는 휠이 차지한다는게 응당 상식입니다. G80은 총 4가지 휠이 있고, 18인치 기본휠은 너무 옹졸해 보여 패스, 19인치는 다소 보수적인 디쉬타입과 Y스포크 타입, 20인치 스퍼터링 휠이 있습니다. 19인치부터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넣을 수 있는데, 차를 좀 안다면 ECS는 꼭 있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에 추가 하기로 합니다. 

처음엔 19인치 Y스포크타입을 선택했지만 70만원만 더하면 20인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휠 하나 바꿨을 뿐인데 어깨가 으쓱해지고 하차감이 높아졌습니다. 워낙 비싼 피렐리 타이어와 휠이기 때문에 늘 꽃길만 골라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실내 디자인은 스탠다드와 시그니처로 크게 나뉩니다. 눈썰미가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두 실내 디자인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스탠다드는 대쉬보드와 트림이 우레탄으로 되어 있어, 딱딱하고 거친 느낌이 강합니다. 왠지 겨울만 되도 플라스틱 갈라지는 소리가 날것 같아요.

하지만 시그니처 디자인 1은 최신 유행하는 포레스트 블루의 컬러시트를 선택할 수 있었고, 가죽을 감싼 대쉬보드와 차가운 실버 트림이 나를 감싸는 것 같았습니다. 추가하는 가격은 150만원이지만, 스탠다드를 선택하기엔 법인리스 허하호 라는 아쉬움이 끝까지 남을 것 같아 시그니처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150만원을 더하면 시그니처2를 선택할 수 있는데, 따뜻한 감성의 우드 트림과 바닐라베이지 투톤이 있었습니다. 옛말에 차는 '실내만 내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차의 외관은 다른 사람이 보지만, 실내만큼은 머무는 시간이 오래되기 때문에 과감하게 베이지시트를 선택합니다. 왠지 차안에서 셀카를 찍고 싶어집니다.

시그니처 디자인2를 선택하면 우드트림을 총 4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소 고민이 됐지만 무난한 애쉬 메탈릭 그라데이션을 선택합니다.

다음은 주요 옵션과 패키지입니다. 여기서 부터는 현실적인 고민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나중에 중고로 처분 할때 부족하지 않은 옵션으로 어필을 해야하고, 안전과 직결된 부분은 부족하지 않아야 하니까요. 이런 경정장애를 위해 만들어 놓은 파퓰러 패키지는 510만원에 헤드업디스플레이, 하이테크 패키지,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1, 2열 컴포트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역시 옵션은 가장 대중적인게 좋습니다.

아쉽지만 2열에 대한 자비는 없습니다. 뒷좌석 듀얼 모니터와 2열 컴포트 패키지는 G80이라는 오너-드리분 카에겐 사치입니다. 

그외 추가로 더할 수 있는 옵션은 선루프와 에르고 모션 시트, 고스트도어 클로징이 있는 컨비니언스,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2, 렉시콘 사운드 패키지 등이 있지만 아직은 젊다고 생각하기에 제 순발력과 예민한 신체감성을 믿고 패스합니다.

이렇게 저만의 제네시스 G80이 출고, 아니 견적이 나왔습니다. 가격은 6,450만원이라는 숫자에 현자타임이 오기 시작합니다. 한 4천 아니 5천 언저리만 되더라도 해볼만 할텐데... 라는 생각을 애써 지우며 할부를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100% 현금으로 사면 좋겠지만, 요즘 같은 금리에 은행돈을 내 돈 처럼 써야 부자가 된다고 누가 그러더라구요. 역시나 제네시스 답게 G-Finace라고 표준형, 잔가보장형, 거치형, 유예형의 4가지 솔류션이 있었습니다. 최소 선수율 25%를 가정할 때 차량가가 5,291만원이라고 한다면 최소 20~30만원에 G80을 소유할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금리는 5.9% 표준형으로 120개월을 선택하면 한달에 들어가는 월 할부는 50만원. 무려 10년간 차를 업고 살아야 했습니다. 쪼개고 쪼개 사는 일반인에게 제네시스란 정말 꿈일까요? 남자의 자동차는 연봉이라던데... 실제로 월 수익이 500~600만원, 1년 연봉이 6~7천은 되야 현실적으로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제 꿈은 정해졌습니다. 제네시스 G80을 사야겠습니다. 원하던 옵션에 컬러 까지 고민하지 않고 주문을 하겠습니다. 

그 날이 올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 / 올라이드

문의 / allride@naver.com